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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노래로 쓴 인간찬가, 레 미제라블 영화 리뷰

by solderingboy1 2025. 7. 3.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 정의, 사랑을 다룬 대서사시다. 뮤지컬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장 발장의 구원 여정과 자베르의 집착, 판틴과 코제트의 희생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캐릭터의 심리 묘사, 음악적 연출, 역사적 배경, 그리고 메시지의 보편성을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영화포스터(출처: https://www.themoviedb.org)

비참함 속에서도 끝내 빛나는 인간의 존엄

2012년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영화로, 음악을 통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뮤지컬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실사영화의 생생함과 감정의 깊이를 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적 혼란기 속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물들의 삶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 정의와 용서라는 보편적 가치를 노래한다. 영화는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한 장 발장이 가석방 후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다, 한 사람의 선행으로 삶을 새롭게 살아가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경찰 자베르와의 갈등은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형성하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자베르는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서 장 발장을 용서할 수 없다고 믿지만, 발장은 사랑과 희생, 자비를 통해 점차 인간적인 구원의 여정을 이어간다. 이 영화의 힘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하는 음악과 연기에서 비롯된다. 특히 휴 잭맨이 연기한 장 발장은 극단적인 삶의 변화와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그의 고뇌와 결단이 노래를 통해 관객의 가슴 깊이 전해진다. 또한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판틴은 짧은 출연이지만, 그녀가 부른 ‘I Dreamed a Dream’ 한 곡만으로도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고통스러운 절규는 단순한 비극의 묘사가 아니라, 한 여인의 절망과 인간 존엄성의 절실한 호소다. ‘레 미제라블’은 단지 주인공 개인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다양한 계층과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이상, 거리의 아이들, 억압받는 여성들, 가난에 찌든 노동자들 등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 서사의 또 다른 주체들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사회 전체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한 합창곡과 앙상블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희망의 노래로 엮어진다. 또한,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다. 어두운 톤의 색감, 실내외 세트의 리얼함, 빗속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 등은 뮤지컬 특유의 무대적인 연출을 벗어나 영화적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밀착해 감정을 극대화하며, 관객이 노래하는 인물의 호흡과 눈빛, 떨림까지 체감하게 만든다. 이처럼 ‘레 미제라블’은 무대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 결국 ‘레 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처럼, 가장 낮은 자리의 사람들 속에서 가장 고귀한 가치가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시간이 흘러도, 공간을 달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비참할 수 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사랑과 희생, 용서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다.

 

자유와 정의, 그리고 용서의 노래

‘레 미제라블’의 본질은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용서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는 데 있다. 이 질문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자베르는 법의 절대성을 믿는 인물이다. 그의 인생은 질서와 규율 위에 세워져 있으며, 장 발장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끝내 발장의 자비를 받게 되고, 그 순간 그의 세계관은 무너진다. 이 충돌은 단순한 개인적 갈등이 아닌, 시스템과 인간성의 충돌이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장 발장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자신이 감옥에 다시 가는 대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는 기회, 코제트를 데려가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삶,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는 법보다는 양심, 분노보다는 자비,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들이 바로 영화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영화는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노출한다. 일반적인 영화가 대사와 행동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면, 뮤지컬은 노래를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곧바로 전달한다. 이 점에서 ‘레 미제라블’은 매우 효과적인 장르적 선택을 한 셈이다. ‘One Day Mor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Bring Him Home’ 같은 곡들은 단지 음악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장면이며, 감정의 절정이자 극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특히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영화의 대표곡으로, 억압받는 민중이 자유를 외치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 노래는 단지 극중 인물들의 목소리일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당신은 이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라는 도전을 던진다. 혁명은 실패했지만, 그들의 노래는 계속 이어진다. 이는 이상은 쉽게 꺾이지 않으며, 언젠가는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암시한다. 한편, 여성 인물들의 서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틴은 사회의 가장 아래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물이며, 그녀의 삶은 여성, 노동자, 어머니로서의 고통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녀는 죽음 이후에도 장 발장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코제트는 마치 희망의 상징처럼, 발장이 지키고자 했던 모든 가치가 투영된 인물이며, 에포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한 희생을 보여준다. 이처럼 ‘레 미제라블’은 수많은 인물의 교차된 삶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서사는 ‘희망’이라는 공통된 테마 속에서 엮이며, 끝내 하나의 거대한 찬가가 된다. 이는 단지 극적 전개가 아닌, 깊이 있는 인간 탐구이며, 관객을 감정의 최전선으로 데려다 놓는 예술적 경험이다.

 

비참함 너머,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힘

‘레 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죽음을 맞이한 장 발장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코제트를 바라보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진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생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이 곧 하나의 노래가 되어 세상에 남는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노래는 다음 세대, 새로운 혁명,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끝까지 인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대일지라도, 인간은 끝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장 발장은 죄인이었지만 성자가 되었고, 자베르는 정의의 수호자였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이 대비는 단순한 인물 간의 우열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변화 가능성에 대한 통찰이다. 또한, 이 영화는 사랑의 힘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장 발장이 판틴의 유언을 지키고, 코제트를 키우며, 마리우스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자베르에게 자비를 베푸는 모든 행위는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다. 이 사랑은 로맨스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가장 보편적이고도 강력한 가치다. ‘레 미제라블’은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비극은 단지 고통의 묘사가 아닌, 인간의 회복력과 도덕적 성장의 드라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유효하다. 이 작품이 수많은 나라와 시대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비참함 속에서도 존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희망’이라는 점을 영화는 끝까지 노래한다. 그리고 그 노래는 관객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울려 퍼진다. 결국 ‘레 미제라블’은 인간을 노래한 영화다.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고귀해질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지 감동적인 서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공유하는 인간 경험이며, 사랑하고, 실수하고, 용서하며, 다시 일어서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위한 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