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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사랑의 교차점, 어바웃 타임 영화 리뷰

by solderingboy1 2025. 7. 8.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따뜻한 영화다. 사랑, 가족,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섬세하게 짚어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의 플롯, 캐릭터 관계, 그리고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영화포스터(출처:https://www.themoviedb.org/)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은 2013년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라는 판타지 설정을 중심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삶, 사랑, 가족, 시간이라는 추상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팀(돔놀 글리슨)은 21세가 되던 해,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자신들의 가족 남자들은 모두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단, 그 능력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로만 되돌아갈 수 있으며, 현재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이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팀은 처음에는 여자친구를 만들고, 직장에서 성공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능력이 만능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팀은 사랑을 얻기 위해 여러 번의 ‘되감기’를 시도하지만, 완벽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장면은 아무리 반복해도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가족의 죽음, 삶의 유한함은 시간 여행으로도 막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판타지적 설정을 현실의 질감과 연결시킨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긴장감과 극적 반전을 위해 활용되지만, ‘어바웃 타임’은 그것을 매우 따뜻하고 섬세하게 사용한다. 팀은 점점 ‘되돌아가는 것’보다 ‘그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특히 영화 후반, 그는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통해, 평범한 하루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메시지는 ‘일상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커피숍에서의 소소한 대화, 아이의 첫 걸음마, 가족 식사 시간 등 일상 속 장면들은 팀이 시간을 되돌아보며 발견하는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다. 영화는 말한다. 삶은 거대한 이벤트가 아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빛나는 감정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리처드 커티스의 연출은 이러한 테마를 과장되지 않게 전달한다. 그는 유머와 감동, 따뜻한 시선을 적절히 배치하여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빌 나이의 부드러운 연기와 담담한 대사는 영화의 중심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팀과 아버지의 관계는 많은 관객에게 눈물과 위로를 선사한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질문한다. “당신은 매일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단지 영화 속 인물에게가 아니라,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 각자에게 향해 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 이유다.

 

사랑, 가족,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

영화의 중심은 팀과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 이야기지만, ‘어바웃 타임’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바로 가족 간의 관계,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서사다. 팀은 시간 여행 능력을 통해 사랑을 얻고, 실패를 고치며 살아가지만, 결국 그는 시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로, ‘죽음 앞에서는 누구도 무력하다’는 진실이다. 아버지의 암 선고와 죽음은 팀이 맞이하는 가장 큰 시련이다. 그는 수차례 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을 반복하며 그와의 시간을 연장하지만, 아이의 출산이라는 새로운 시간축 때문에 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매우 성숙한 철학을 드러낸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결국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아버지와의 마지막 산책, 마지막 대화, 마지막 웃음은 결코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담담하게 묘사된다. 그 담백한 정서 속에서, 관객은 각자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특별한 기술이나 연출 없이, 삶의 보편적인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한 메리와의 관계 역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둘은 완벽한 연인이 아니며, 현실적인 갈등도 겪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선택하고, 또 다시 사랑한다는 점이다. 특히 메리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보다는, 함께 지내는 하루하루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어바웃 타임’은 로맨스 영화이면서도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서이자, ‘사랑과 가족의 진짜 의미’를 탐구하는 이야기다. 특히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순간을 흘려보내며 살아가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팀이 점점 과거를 고치려 하지 않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게 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변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실수를 되돌리지 않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 성장은 단지 캐릭터의 성장뿐 아니라, 관객 자신에게도 변화의 여지를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팀은 말한다. “나는 매일을 마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하루를 두 번 산다고 생각하며, 좀 더 웃고,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감사하며 살아간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완벽하게 요약한다. 결국 ‘어바웃 타임’은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시간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결말에 이르면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바뀐다. 이것이 이 영화가 단지 판타지나 로맨스가 아니라, 인생의 본질을 다룬 작품으로 남게 만든다. 시간은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건 오직 현재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삶은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와 아쉬움,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득하지만, 그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깨달음은, 모든 관객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특히 영화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법에 대한 철학을 제시한다. 그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에게 미소 짓고,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가족과 눈을 맞추며 밥을 먹는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만든다. 감독은 이 메시지를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관객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음악, 대사, 장면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괜히 눈물이 난다’는 감정을 남긴다. 이처럼 ‘어바웃 타임’은 설명하지 않고, 체험하게 만드는 영화다. 우리는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늘 하루를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하며,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만은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어바웃 타임’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영화는 끝나지만, 그 메시지는 계속된다. 당신은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 어쩌면 그 질문이야말로, 인생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